등기가 안 된 주택에 사는 세입자라도 대지가 경매됐을 때 보증금을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등기부등본이 없는 미등기 건물은 경매신청인이 세입자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세입자의 우선 변제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불법 다세대주택 등 영세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 광주의 다세대 주택에 각각 3500만원과 33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확정일자까지 받아 입주한 전모(39)씨 등 2명은 소유주에게 대지를 담보로 2억4000만원을 빌려준 K은행이 대지를 경매에 부쳐 1억3000만원의 낙찰대금을 모두 받아가자 소송을 냈다. 이들은 낙찰대금을 배당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은행측은 “미등기 주택 임차인은 배당받을 권리가 없다”며 배당을 거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1일 전씨 등 2명이 K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은행은 이들에게 부동산 경매 배당액을 주라”며 전씨 등에게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제3자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과 소액임차인은 주택과 토지가 함께 경매될 경우뿐만 아니라 주택과 별도로 대지만 경매될 경우에도 대지를 현금으로 바꾼 금액에 대해 우선 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