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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맹장염·화상… 대학병원 응급실 가지 마세요

나-야 2010. 8. 25. 09:23

외상·맹장염·화상… 대학병원 응급실 가지 마세요

응급실 올바로이용하려면

 

이달 초, 부산에 사는 중년 남성이 손가락 3개가 거의 잘려나간 두 살짜리 아들을 안고 서울의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달려 들어왔다. 집에서 승용차 문을 닫다가 아들 손이 끼어서 당한 사고였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우리 병원에는 수지접합 전문의가 없으니 전문병원을 연결시켜 주겠다"고 말했지만, 보호자는 "귀한 아들의 손가락은 대학병원에서 붙여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 당직의사는 "내 아이라면 우리 병원에서 수술시키지 않는다"고 보호자를 설득했다. 보호자는 결국 등을 떠밀리다시피 구급차를 다시 타고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떠났다.

이 남성이 집에서 가까운 수지접합병원 응급실을 확인했으면 부산시내 수지접합 전문병원까지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서울의 유명 병원 응급실을 고집하는 바람에 서울까지 승용차로 6시간, 응급실에서 30분, 다시 구급차로 전문병원까지 30분 등 7시간을 허비했다.

주부 이모(38·서울 강남구)씨는 "유치원생 딸을 응급실에 데려갔던 날만 생각하면 화가 치솟는다"고 말했다. 열이 39도까지 올라간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데도 의사는 링거 주사에 해열제 하나 섞어 주고 "오늘 교통사고 중환자가 많다"며 방치하다시피 했다. 빈 병상이 없는 데다가 술 취한 환자들이 소란까지 부려, 이씨는 밤새 복도에서 딸을 껴안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불덩이가 된 어린아이가 응급이 아니면 누가 응급이냐"고 말했다.

응급실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푸대접'을 겪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응급실 서비스 전체 만족도는 42.6%에 불과했다(중앙응급의료센터 조사). 특히 검사 대기시간, 입원·수술 대기시간, 진료의사 접촉 대기시간, 응급실 환경, 서비스 대비 비용 등은 20~30%대에 머물렀다〈그래프〉.

이런 문제의 상당 부분은 작은 병원 응급실로 충분한 '경미한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생명이 위급하고 치료가 어려운 응급 환자를 보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따라서, 오래 지속된 가벼운 증상을 가지고 외래 예약이 어렵다며 응급실에 오면 진료 순위가 끝없이 밀린다. 대학병원 응급실이라고 모든 환자를 다 최고 수준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수지절단이나 화상의 경우 치료시설이나 전문의가 부족해, 각각 고대구로병원과 한강성심병원 정도를 제외하면 환자가 와도 전문병원으로 보낸다. 맹장염이나 찢어진 상처 등은 전공의가 수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벼운 수술은 1339에 전화해 외과 전문의가 있는 작은 병원 응급실을 안내받아 가면 더 신속하고 숙련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결국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것이 '응급실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이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