赦免
미국의 ‘president’는 한자 문화권에 들어온 뒤 중국에서는 대총통(大總統)으로, 일본에서는 대통령(大統領)으로 의역됐다. 대총통의 흔적은 대만에 남아 그 최고 통수권자는 ‘총통’으로 불린다. 우리는 19세기 말부터 ‘대통령’이라고 쓴다. 대통령에겐 여러 특권이 있다. 그중 하나가 사면권(赦免權)이다.
‘용서하다’란 뜻의 사(赦)는 적(赤)과 복(攵)으로 나뉘어 있다. 복(攵)은 두드릴 복攴)이 변형된 것으로, 손에 어떤 물건을 들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그 물건은 죄지은 자를 피가 나도록 때리는 몽둥이다. 적(赤)은 사람을 나타내는 윗부분과 그 아래 몸통 부분을 가리키는 점선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점선은 몽둥이로 얻어맞아 피를 흘리는 것이라고 한다. 사(赦)는 결국 ‘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때린 뒤 풀어준다’는 데서 ‘용서하다’란 뜻이 나왔다. 면(免)은 ‘투구를 쓰고 서 있는 사람’의 상형으로 머리를 보호해 부상이나 죽음을 면할 수 있게 한다. ‘면하다’라는 뜻이 나온 배경이다.
사면에는 군주의 자비(慈悲)가 강조돼 은사(恩赦)라고도 일컬어진다. 그러나 남용의 대상은 아니었다. 주례(周禮)는 사면 대상을 셋으로 정하고 있다. 여덟 살이 안 되거나(幼弱) 여든 살이 넘었을 때(老耄), 또는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경우(蠢愚)다. 은(殷)나라를 세운 탕(湯)임금은 하늘을 우러러 “죄지은 자들을 감히 사면하지 않겠다(有罪不敢赦)”고 말했다. 제(齊)나라 재상 관중(管仲) 또한 “사면은 이익이 작고 해악이 커 오래되면 그 해악을 감당할 수 없다. 사면을 하지 않는 것은 해악이 작고 이익이 커 오래되면 그 혜택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凡赦者 小利而大害者也 故久而不勝其禍 毋赦者 小害而大利者也 故久而不勝其福)”고 말했다.-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