切磋琢磨
‘문장을 아름답게 구사하는 군자는 자르고, 깎고, 쪼고, 갈 듯 한다(有匪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 『시경(詩經)』 ‘위풍(衛風)’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절(切)·차(磋)·탁(琢)·마(磨)는 모두 다듬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상은 다르다. ‘切’은 뼈(骨)를 잘라 다듬는 것을, ‘磋’는 상아(象牙)를 깎아 다듬는 것을 일컬었다. 옥(玉)을 쪼아 다듬는 것을 ‘琢’이라 했고, ‘磨’는 돌(石)을 갈아 다듬는 것을 뜻했다. 『시경』의 이 구절은 결국 ‘군자는 뼈를 자르고, 상아를 깎고, 옥을 쪼고, 돌을 갈 듯 연마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학문이나 덕행 등을 배우고 익힌다’는 뜻의 절차탁마(切磋琢磨)가 나왔다. 학문에 정진(精進)하는 모든 서생이 가슴에 담아야 할 금언(金言)이다.
『논어』는 시경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학문의 길을 제시했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묻기를 “가난하지만 아부하지 않고, 부자이지만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라고 했다. 이에 공자는 “그 정도면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즐거움을 알고, 부자이면서도 예의를 찾는 것만 못하다”고 답했다. 자공이 거들어 다시 묻기를 “그게 바로 시경에 나오는 ‘군자는 절차탁마한다’는 뜻이군요?”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정말 똑똑하구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구나”라며 좋아했다고 『논어』 ‘학이(學而)’편은 전하고 있다. 꾸준한 자기 연마를 통해 안빈낙도(安貧樂道), 부이호예(富而好禮·부자이지만 예를 찾음)의 도리를 깨치라는 가르침이다.
『예기(禮記)』에도 유사한 구절이 나온다.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천부적인 재주가 있어도 학문에 정진하지 않으면 큰 인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옥탁(玉琢)에 비유해 한 말이다.-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