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아름다운 글

소주병 / 공광규

나-야 2010. 5. 4. 09:03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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