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순간적인 남성과 길고 강한 여성의 오르가슴
풍류가객 김삿갓이 산천을 떠돌다 기생 가련이와 정분이 들었다. 한바탕 남녀상열지사를 나눈 후 가련이 자신과의 교합에 만족했느냐고 묻자, 김삿갓이 ‘금침 속에 복숭아 두 개가 익었도다 / 언덕 아래 옹달샘은 / 달나라 항아님이 목욕하고 간 자린가 / 다박솔 울울하여 갈 길이 막혔는데 / 차라리 붉은 벼랑 아래로 굴러나 볼까’라는 시로 응답했다.
벼랑에 몸을 던지고 싶을 정도로 운우지정을 만끽했다는 표현이다. 의학적으로 오르가슴에 해당한다. 성행위시 느끼는 절대 쾌감인 오르가슴을 남성은 사정 순간에 만끽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행위 중 여러 단계에서 오르가슴을 느낀다. 물론 여성도 요도 근처의 스킨샘에서 분비물 쏟아내는 사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질로 피가 몰리면서 음경을 압박하고, 유방도 25% 정도 팽창한다. 또한 온몸에 홍조가 피어나며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연구결과 남성의 오르가슴은 3~5초에 불과하나 여성은 무려 43초 동안 느낀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남성은 한 시간에 16번 절정에 오를 수 있지만, 여성은 무려 134번이나 도달할 수 있으며, 질구가 연속해서 수축하는 반응도 보인다. 따라서 짧고 순간적인 남성에 비해 여성은 길고 강하게 오르가슴을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이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은 오르가슴에 이르는 시간차가 큰데, 이는 성 트러블의 주요 원인이다. 남성은 보통 6분 정도 지나면 오르가슴에 이르는데, 여성은 15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짧고 조급한 조루를 여성이 가장 혐오한다. 여성은 아직 반응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데, 남성이 폭풍과 같은 쾌감을 쏟아내고 하산(?)하기 때문이다.
‘찌르기 공격’만 하는 남성들의 서툰 테크닉
1976년 미국의 여성치료사인 카프란은 《하이트 보고》라는 책을 통해 ‘여성은 음핵과 질에서 각기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또한 ‘남성 역시 귀두와 회음에서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대개의 남성이 여성의 민감한 음핵 오르가슴을 무시하고 질만 공략한다’고 비판했다.
성의학자인 마스터 존슨 부부는 ‘여성의 음핵은 작지만 그것은 바다의 표면에 드러난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남성들의 무지함을 지적했다. 사실 여성의 숨겨진 내부는 그물처럼 연결된 민감한 신경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따라서 남성의 어떠한 공격도 수용할 수 있지만 섬세하기 때문에 거친 것보다 부드러운 자극을 선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이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는데, 독설적인 성의학자들은 남성의 성테크닉을 ‘찌르기’밖에 못 하는 수준이라고 비난한다. 나름대로 여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평가지만 남성보다 여성의 성 만족도가 낮은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대한비뇨기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성의 63%는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51.7%가 ‘성생활에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몇해 전 미국에서는 이색시위가 벌어졌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서 여성들이 ‘남자들이여, 제발 우리 여자들에게 짜릿한 오르가슴을 달라(Reach Orgasm: Have an Orgasm)’는 구호를 외친 것이다. 여성들의 절박한(?) 시위에도 남성들이 꿈쩍하지 않자 급기야 ‘오르가슴 데이’가 생겨났다.
글로벌과 오르가슴의 합성어인 ‘글로벌가슴’이라는 단체가 매년 8월 8일은 오르가슴 데이로 제정하고, 한날 한시에 전 인류가 오르가슴을 느끼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르가슴 데이를 통해 인류의 포악성을 순화시킬 수 있다며, 오르가슴은 일종의 초월적 경험이라 이해관계나 이념을 잊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여성 불감증의 가장 큰 원인은 ‘불안’
클리토리스가 여성의 성감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낸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오르가슴을 ‘간지러운 느낌이 몰아치며, 황홀한 기분과 따스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18세기 유럽에서는 임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르가슴을 느껴야 한다고 인식했는데, 영국의 성의학자인 베이커 박사가 1966년 ‘여성이 성행위 중 오르가슴을 충분히 느낄 경우 질 분비물의 분비가 극대화되어 정자의 운동성을 강화시킨다’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주장은 18세기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증보산림경제》에도 훨씬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는데 ‘여성을 먼저 흥분시킨 후에 관계를 가져야 아들을 낳을 수 있다(先悅陰血先 而陽情後衝)’는 내용이다. 남성의 활달하고 지속적인 피스톤 운동으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면 질이 알칼리화되어 사내아이를 임신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으로, 현대의학으로 입증되었다.
불감증은 일반적으로 성욕이나 성적인 흥분은 있으나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성 클리닉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폐경기 이전의 여성 20%, 폐경기 이후의 여성 35%에 해당된다고 하며, 15%는 한 번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오르가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제주도 돌하루방의 코끝이 닳는 이유
불감증의 원인은 임신이나 성병 등에 대한 공포, 종교적 가치관, 성교에 대한 무지, 감각기능의 이상 등으로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민간에 전해 오는 불감증 치료제는 자연적이다. 그중에 하나가 달의 음기를 흡입하거나, 석불(石佛)의 코를 가루 내어 만든 비고산(鼻高散)이란 약재였다. 비고산은 여자가 먹으면 보음제(補陰劑)가 된다고 하여 석녀들에게는 귀한 약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이러한 관습은 아직도 남아 있어, 신혼여행지인 제주도의 돌하루 방마다 코끝이 닳아 없어지고 있다.
달을 먹는 풍습은 달이 음력(陰力)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집갈 날을 받으면 밤마다 달 먹는 고된 훈련을 받았다. 달이 갓 뜰 때 달을 향해 숨을 멎었다가 크게 내뱉는 것으로, 숨이 끊어질 듯이 고통스러운 행위였다. 또한 납으로 귀고리를 해 달면 석녀도 애를 밴다고 하여 납 귀고리가 유행하기도 했으며, 다산한 여인의 속곳을 얻어 입거나, 정력의 상징인 씨름선수의 땀에 절은 샅바를 삶아 마시기도 했다.
불감증은 정신적인 원인이 크기 때문에 약물치료에 앞서 심리적인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성적 흥분기 장애는 성행위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여성 스스로 자신은 성적 매력이 없다고 단정하는 심리적 요인 등에 기인한다. 따라서 남성의 배려가 필요하다.오르가슴 장애에도 어떨 때 성감이 고조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충분한 전희가 필요하다. 또한 행위 시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서 느끼는 성교통은 질내 분비물이 부족한 것이므로 호르몬을 투여하거나 시판되는 여성용 윤활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