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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과잉 수술…보험사·의사 ‘부채질’

나-야 2015. 10. 22. 10:09

 환자들 진단 보험금 타려
‘울며 겨자먹기’ 수술대에
검사로는 암 확진 안하고
수술만 권하는 현실 문제

올 초 건강검진에서 ‘1㎝짜리 갑상선 혹’이 발견된 김아무개(36)씨는 의사의 권유로 암 여부를 판단하는 ‘미세침흡인검사’(세포추출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에서 김씨는 1~6단계 가운데 5단계(암일 확률 60~75%)에 해당하는 결과를 얻었고, 의사는 “수술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면 암일 확률이 90% 이상”이라며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때마침 ‘갑상선암 과잉 수술 논란’이 벌어진 터라, 김씨는 수술 대신 병을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김씨가 10년 가까이 납부한 보험을 통해 ‘암 진단금’(암 진단 즉시 지급되는 목돈으로, 당장의 생계유지 등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을 받으려 하면서 시작됐다. 보험사는 “미세침검사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며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가 적힌 ‘확진 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보험금을 받으려면 결국 선택의 여지 없이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사들이 갑상선암 진단의 한 방법인 ‘미세침검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수술 후 확진진단서’를 요구하면서 보험금 수령을 둘러싼 분쟁이 일고 있다. 특히 갑상선암이 ‘소액암’이 아닌 ‘일반암’으로 분류되던 때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진단금만 수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보험금을 타려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아무개(52)씨도 ‘미세침검사 인정 여부’를 놓고 보험사와 다툼을 하다 결국 수술을 택했다. 최씨는 “미세침검사는 의학기술발전에 따라 등장한 일종의 조직검사 아니냐”며 “결과가 5단계 이상에 해당하면 의사도 암일 확률이 높다며 빠른 수술을 권하는 마당에, 이를 인정하지 않는 보험사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험사는 갑상선암이 ‘소액암’으로 분류된 뒤, 약관에 ‘의사가 미세침흡인검사 등을 통해 암 진단을 내린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무용지물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미세침검사만으로는 ‘암 확진(암 확진 코드 발급)’을 해주지 않고 ‘수술’부터 권하는 게 현실이다.

보험사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그 책임을 의사한테 떠넘기고 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의사가 미세침검사만으로 암 진단서를 발급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의사들이 (미세침검사로는) 확진을 해주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수술을 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지 않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앞으로 이와 관련한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영준 강원대 병원병리과 교수는 “소신에 따라 수술을 권하는 의사도 있지만, 병원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보험사와 의사가 갑상선암 과잉 수술을 부추겨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데 한몫을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갑상선암 환자는 2010년 17만2153명에서 2014년엔 30만2014명으로 늘었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출되는 갑상선암 진료비도 2009년 1224억원에서 2013년 2211억원으로 4년 새 81%가량 증가했는데 의료계 안팎에선 과잉 진단과 치료를 원인으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