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는다
처음 가는 낯선 길
멀기도 하다.
두 번 세 번 가는 동안
길가 쌀가게, 키 큰 가로수
눈에 익는다.
약국 간판, 모퉁이 구두 가게
눈에 다 익는다.
눈에 익어, 발에 익어
가까워진 길.
처음에는 낯설던 얼굴도
눈에 익고 귀에 익어
가까워진다.
점점 가까워진다.
―이상교(1949~ )
유재일

익는다는 것은 이처럼 자주 만난다는 것이 아닐까. 자주 만나고 오고 가면 마치 나무 열매가 익듯이 정도 더욱 깊어지고 가까워지는 법이다. 가까운 친구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멀어진다. 바빠서 만나지 못할 때 '보고 싶다'라는 문자 한 통이라도 보낸다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우리 삶에서 '만남'처럼 소중한 것이 어디 또 있으랴.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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