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에 스며버린 여인아 - 김 용 관-
바람은 눈이 멀었는지
내가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가리지 않고
몰고 온다
언제는 가을을 물어다가
잠자는 산의 가슴에 뿌려놓고
신선처럼 몸을 풀게 하여
취객을 불러 놓더니
오늘은 천사의 입김처럼
하얀 눈을 몰고 와
세파에 녹은 몸을
덮으려 하는구나
너는 내 몸에 나비 리본처럼
살포시 앉은 여인
사랑이 그리워 지친 듯
발등에 키스를 하고는
눈물로 나를 보고 있구나
내게 왔거든 사랑하는데
두려워 하지 말아라
내게 왔거든
사연은 나중에 이야기 하고
뼈 속까지 파고 들어라
생명은 한 번 왔다가
두 번 가는 것이 아니니
내 사랑하는 여인아
네 몸인 듯 녹여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