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간
간은 3,000억 개 이상의 간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다. 무게가 1.2~1.5kg에 이르며 인체 내 혈액의 3분의 1정도가 간에 저장되어 있다. 오른쪽 횡격막 아래에 위치하며 갈비뼈가 간을 보호하고 있어 정상인에서는 대부분 만져지지 않지만 간이 붓거나 커지면 우측 갈비뼈 아래에서 만져질 수 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단백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약물이나 몸에 해로운 물질들을 해독한다. 또한 쓸개즙을 만들고 면역세포가 있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일도 한다.
간은 아주 독특한 혈액 공급 체재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동맥으로 신선한 혈액을 공급받고 정맥으로 더러워진 혈액을 내보내는 것이 정상이지만, 간은 오히려 문맥(門脈)이라는 일종의 정맥을 통해서 약 4분의 3의 혈액을 공급받고 나머지 1/4를 간동맥을 통해서 공급을 받는다. 이는 간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즉, 간으로 유입되는 문맥이라는 혈관에 들어있는 피는 단순히 노폐물이 쌓인 정맥피가 아니라 위와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가뜩 들어있는, 즉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들이 잔뜩 들어있는 혈액이다. 이렇게 들어온 영양분들은 간에서 가공되어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물질을 만들기도 하고 인체에 해로운 성분은 해독되기도 한다.
1. 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관리 센터의 역할을 한다: 모든 영양소들은 간에서 에너지 원료로 바뀐 다음 온 몸의 세포로 분배된다. 이 때 영양소의 일부는 간에 저장되었다가 급한 사용처가 있으면 급속배달도 가능하다. 즉, 간은 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를 저장하거나, 다른 필요한 물질로 가공한다. 간에 저장 흡수된 포도당을 글리코겐(glycogen)이라는 형태로 간에 저장을 하고 있다가 필요시 다시 분해해서 몸으로 내보내는 영양 창고의 역할을 하게 된다. 때로는 아미노산으로부터 포도당을 합성하기도 한다.
2. 간은 몸에서 필요한 물질들을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알부민이나 혈액응고 인자 같은 몸에서 필요한 물질(단백질)들을 합성한다. 간경변 환자의 경우 잇몸이나 코에서 출혈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는 이렇게 간에서 합성되어야 할 응고인자가 잘 합성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간경변증 환자의 혈액에서 알부민치가 감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3. 간은 독소를 분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몸으로 들어온 각종 약물이나 술, 기타 독성 물질을 분해, 대사하여 배설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소변이나 담즙을 통해서 배출시키는 작용, 이른바 해독작용을 한다. 이러한 해독작용이 없다면 각종 약물이나 독성 물질들이 체내에 계속 남아 있게 되어 극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간의 해독작용은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필수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다.
4. 간은 각종 호르몬의 공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각종 호르몬들을 분해 및 대사하는 작용도 있다.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인슐린이 분해가 잘 되지 않고 간에서의 글리코겐의 저장량도 부족하여 공복시 저혈당이 초래되기도 한다.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성호르몬의 대사가 저하되어 겨드랑이나 치부의 털이 빠지거나 여성에서는 생리 이상, 남성에서는 고환위축이 초래되기도 한다. 남성에서 분해되지 않은 남성 호르몬이 여성 호르몬으로 변하여 여성처럼 유방이 커질 수도 있다.
5. 간은 담즙을 생성하여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지방을 소화시키는데 중요한 담즙을 생성하여 담도를 따라 소장으로 배출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물질들을 장내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비장과 간에서 파괴될 때 나오는 노폐물질인 빌리루빈을 가공하여 이 과정을 통해 배설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심한 간 손상이 있는 경우 황달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간에서의 빌리루빈 가공과 배설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6. 간은 중요한 면역기관임과 동시에 살균작용을 한다: 대장에는 많은 균들이 득실대며, 이것들은 대장점막을 통해서 혈액에 흡수되어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일단 이 혈액들은 간을 거치면서 Kupffer cell (쿠퍼 세포)라는 균을 잡아먹는 세포에게 다 죽어나기 때문에 약 1% 미만의 세균들만이 무사히 간을 통과해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이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각종 세균 감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여름철에 익히지 않은 어패류를 먹고 발생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인데 특히 간경변증 환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된다. 또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세균성 복막염도 흔히 발생된다.
여러 동물 실험에서 정상적인 간은 3분의 2를 잘라 내어도 시간이 지나면 거의 원래 크기대로 회복된다고 한다. 그만큼 간은 어느 장기보다도 재생력이 뛰어난 장기이다. 그렇기에 생체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한 것이고 간염으로 간세포가 파괴되어도 몇 주일이면 치료가 되는 것이다.
간은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흔히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이는 간이 손상될 것을 대비하여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세포들이 서서히 파괴되어 반 이상 저하되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간 전반에 거쳐 이미 심각한 간 손상이 진행되어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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