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랑이 조용할 때-김용택

나-야 2010. 4. 26. 10:07

사랑이 조용할 때-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 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왔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단이 닳아진 산자락들이

내려와 내 마당을 쓸고 돌아갑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오!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왔지요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온 몸이 다 꽃이 되었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는 닭이 울고 나는 수도 없이 그대에게 가는

길을 만들어 아침을, 저문 날을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