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생활한자

川不可防, 言不可弭

나-야 2010. 4. 19. 14:47

(시내는 막아서는 안 되고,  언론은 제지해서는 안 된다)

 

川(천)은 시내이다. 不可(불가)는 할 수 없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흔히 금지를 나타낸다. 防(방)은 막는다는 뜻이다. 금지하거나 방어하다 또는 둑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물길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言(언)은 언론에 해당한다. ?(미)는 그치다 또는 그치게 하다의 뜻이다. 원래는 활 양 끝의 시위를 매는 부분인 활고자를 가리키며, 그 부분을 뿔이나 뼈로 장식한 활인 角弓(각궁)을 가리키기도 한다. 앞의 防(방)과 뒤의 ?(미)는 짝이 되며 뜻이 서로 통한다.

 

춘추시대 鄭(정)나라의 子産(자산)은 재상이었다. ‘左傳(좌전)’이란 역사책에는 그가 言路(언로)를 열고 輿論(여론)을 청취한 사적을 기록해 놓았다. 唐(당)나라 韓愈(한유)는 그를 칭송하였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자산이 집정 초기에 鄕校(향교)에 갔을 때 여러 사람이 정치에 대해 분분히 떠들어댔다. 그러자 옆에서 향교를 폐쇄하면 비방하는 말이 없어지리라고 했다. 그러나 자산은 “그들의 말이 옳으면 따라 행하고 옳지 않으면 피하겠다”며 “시내는 막아서는 안 되고, 언론은 제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결국 향교는 폐쇄되지 않았고 나라는 잘 다스려졌다. 나라가 태평하지 못한 것은 신하다운 신하가 없어서이다. 자산의 조치를 본받는다면 어려운 때를 만나도 온 나라가 교화되리라.

 

언론을 막지 말아야 함은 예로부터 줄곧 강조됐다. 그것은 그런 시도가 끊임없이 진행됐음을 입증하기도 한다. 관련된 대립이 첨예하다면 그것은 막으려는 말과 하려는 말이 더욱 많음을 반영한다.

 

그리고 늘 막으려는 측의 시도가 떳떳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오늘날 우리의 경우는 어떠할까? ‘子産不毁鄕校頌(자산불훼향교송)’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