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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염증반응, 암 부른다

나-야 2010. 3. 22. 11:26

아무도 모르는 염증반응, 암 부른다

신체 감염시 분비 물질, 정상 세포 DNA 손상
잇몸 질환 있으면 암 발생 위험률 14% 증가
인슐린의 혈당분해 방해 당뇨병 일으키기도

당신의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은 과식이나 운동 부족 때문이 아니라 몸속에서 소리 없이 진행된 염증 때문일지도 모른다. 염증이란 외상이나 세균 감염 등 외부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방어 작용 중 하나.

 

그런데 최근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염증반응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호르몬들이 정상 세포와 조직까지 손상시켜 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돼 의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란셋 종양학(The Lancet oncology)' 최신호에는 잇몸 질환이 있으면 암 발생 위험이 1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대 도미니크 미쇼드 박사 연구팀은 40~75세 남성 4만8375명을 18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조사 기간 동안 잇몸 질환이 있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발생위험이 췌장암 54%, 신장암 49%, 폐암 36%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규택 교수는 "잇몸 질환은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염증의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만성염증의 중요한 표지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몸 안 한 곳에서 염증이 발생하면 이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전신으로 퍼져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 말했다. 췌장염이 악화돼 췌장암이 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염증반응 자체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염증이 암을 유발하는 이유는 염증반응이 일어날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 때문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MIT 생명공학부 피터 디돈 박사는 2006년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몸 어딘가에서 감염이 일어나면 외부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대량으로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정상 세포들의 DNA 구조에 손상을 가져와 암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동맥경화도 이 염증반응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2005년 세계적인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린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한슨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지방세포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단핵구 세포를 활성화시켜 혈관 내벽에 손상을 가져와 관상동맥질환이나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는 "요새는 동맥경화를 만성염증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비만, 당뇨환자가 동맥경화로 이어지는 것이 콜레스테롤 축적뿐만 아니라 지방세포가 관여하는 염증반응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긴 동맥경화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졸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만성염증은 암이나 심장병과 같은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코골이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아비브 골드바트 박사팀은 12~26개월 아이 70명을 조사한 결과,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혈액 내 염증반응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CRP)가 더 높았다고 지난 달 미국 흉부학회 국제학회에 발표했다. 코골이 환자가 심장병, 당뇨,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도 이 염증반응 때문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는 "코를 골며 잠을 자면 각성 상태가 돼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전신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며 "이 염증반응은 동맥혈관에 영향을 줘 고혈압과 심장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인슐린의 혈당분해 작용을 떨어트려 당뇨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 말했다.

이런 학계의 움직임에 따라 최근에는 암이나 심장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도 이런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쪽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켈리포니아대 약대 라스 에크만 박사는 2007년 '셀(Cell)'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염증을 촉발시키는 유전자를 억제하면 암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규택 교수는 "최근 들어 염증반응에서 분비되는 '콕스(COX)'라는 화학물질을 차단하는 약물(COX-inhibitor)이 대장암과 같은 일부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동맥경화 치료제로 오랫동안 쓰여 왔던 '스타틴(Statin)'이라는 약물이 다른 약물에 비해 효과가 좋은 이유도 염증반응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만성염증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영국 교수는 "우선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자나 비만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은 만성염증이 이미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병원에 가서 자신의 염증 진행 정도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만성염증을 진단하는 방법으로는 '고감도 CRP수치측정'이 가장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수치는 급성적인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미미한 염증반응까지 반영해 만성염증의 정도는 물론, 심장마비나 협심증 재발 여부를 알아보는 중요한 자료로도 쓰이고 있다.

-자료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