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난 사랑니 잘못 뽑다간 '고통니' 된다
덤으로 난 사랑니 잘못 뽑다간 '고통니' 된다
17~21세 정도에 나와 충치·치주염 등 일으켜
아프기 전 뽑는게 바람직… 아래·위 이 함께 발치를
직장인 신모(32)씨는 얼마 전 사랑니를 뽑았다가 큰 후유증을 겪었다. 사랑니를 뽑고 나서 목이 붓기 시작하더니 이틀 뒤에는 음식조차 삼킬 수 없게 됐다. 대학병원에서 진찰한 결과, 발치 부작용으로 생긴 염증이 기도까지 퍼져 당장 입원하고 고름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옥용주 강남차병원 치과 교수는 "사랑니는 단순히 치아 하나를 뽑는 개념이 아니다. 수술 난이도로 치면 턱뼈의 물혹을 제거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니를 올바로 뽑는 방법을 알아본다.
◆"사랑니 아프기 전에 뽑아야"
"특별히 불편하지 않다" "멀쩡한 치아를 뽑는 것이 아깝다"는 등 이유로 사랑니 발치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류동목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사랑니를 평생 빼지 않고 살면서 충치, 치주염 등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은 10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랑니는 보통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염증·통증을 일으키다가 컨디션이 좋아지면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발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옥용주 교수는 "사랑니는 결국 뽑게 되므로 아프지 않아도 미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니는 나올 공간이 부족해 잇몸 속에 묻혀서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가 50% 정도이다. 나온다 해도 대부분 바로 앞어금니에 걸려 조금만 나오다 말거나, 기울어진 상태로 나온다.
사랑니가 일으키는 가장 흔한 문제는 사랑니와 앞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치경부(치아가 나오는 곳)에 충치가 생기는 것이다. 차인호 연세대 치대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이 부분에 충치가 생기면 심하지 않아도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사랑니가 잇몸 속에 묻혀 있는 경우 사랑니 바로 앞어금니의 뿌리를 누르고 밀어서 꼭 필요한 어금니를 쓸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 외에도 턱뼈 속에 물주머니가 생기거나, 심각한 감염과 골수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래위 사랑니 함께 뽑아야
사랑니는 보통 17~21세에 나온다. 류동목 교수는 "대입 막바지 준비를 하는 고3 때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붓는 등 사랑니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치과 검진을 통해 사랑니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면 고3 이전에 뽑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랑니는 아래위를 같이 뽑아야 한다. 둘 중 하나만 뽑으면 나머지 사랑니가 반대쪽 빈 공간을 파고들면서 자라 치아가 빠진 잇몸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발치 후 없던 부종이 생기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 반드시 치과를 다시 찾아가 검사받아야 한다.
사랑니 발치는 피가 나는 수술이기 때문에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뽑기 전 반드시 치과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으면 발치 후에 지혈이 잘 안 되거나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아스피린 등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면 사랑니 발치 수일 전부터 약을 끊어야 한다.
사랑니는 다른 치아보다 잘 썩기 때문에 제대로 나서 현재 문제가 없는 사람도 6개월~1년마다 검사받는 것이 좋다.
◆후유증은 CT촬영으로 예방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지난 3월 설문조사 결과, 사랑니 발치 경험이 있는 치과의사 2289명 중 57%가 "발치 후 감각이상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41%가 아래 턱을 지나가는 신경의 감각 이상, 16%가 혀 신경의 감각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경험했다.
사랑니 뿌리 근처에는 신경관이 지나가고 있는데, 감각마비 등 후유증은 발치 과정에서 신경관이 노출되거나 상처를 입는 경우 나타난다. 감각 이상이 우려되면 발치 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서 사랑니 근처의 신경 위치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차인호 교수는 "일반인의 3% 정도가 사랑니 뿌리와 신경관이 거의 붙어 있다"며 "파노라마 촬영에서 이런 경우로 나타나면 CT를 찍어 신경관 위치를 3차원으로 확인한 뒤 발치하면 후유증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니 뿌리가 신경관에 근접한 경우의 CT촬영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