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검사 무서워 마세요… 수면·무통으로 편안하게
암은 한 번 걸리면 치료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조기에 암을 발견할 시 대부분 완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국 남성이 특히 많이 걸리는 위암과 대장암의 내시경검사 등을 통한 조기 발견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위·대장암, 초기 내시경검진 시 완치 가능해
역삼동에 사는 최창호(64·가명)씨는 얼마 전 자녀들로부터 건강검진 이용권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매년 용돈을 건네던 자식들이 올해는 종합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라며 준비해준 것. 매일 걷기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해오던 그였지만 요즘 들어 부쩍 소화도 잘 안되고 해서 마음에 걸리던 터라 건강검진 지정병원에서 위내시경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위내시경검사에서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선종이 발견됐다. 다행히 간단한 치료를 통해 위선종을 제거했다. 최씨는 "조기 발견하지 못했다면 위암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당황했다"며 "나이 들어 무슨 검사냐 싶었는데 내시경검사 한 번으로 큰 병을 예방했다는 사실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형태 제일정형외과병원 내과센터 원장은 "위내시경검사는 위암뿐만 아니라 식도암·십이지장궤양·위식도역류질환·기능성위장장애 등 소화기 관련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내시경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만 했지만 요즘은 간단한 용종 등은 즉시 제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암은 한 번 걸리면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남성이 많이 걸리는 위암과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 시 대부분 완치될 수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9년 남성 암 발생자 9만9224명 가운데 위암이 1만9953명(20.1%)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1만5068명(15.2%)의 남성 암환자에게서 발견된 대장암이 차지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위암과 대장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암 종류에 따른 연령대별 발생률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 40대에 위암과 간암이, 50~60대는 위암이, 65세 이후에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병했다. 여자의 경우 64세 미만은 갑상선암이, 65세 이상은 대장암과 위암이 가장 많았다. 대장암의 경우 남자는 연간 6.7%, 여자는 5.1%의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암 조기 발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형태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암이나 대장암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식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암검진프로그램에서는 암 예방을 위해 40세 이상은 2년 마다 위내시경검사를, 5년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권하고 있다.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환자가 있다면 20대 중반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무통 방식으로 검사 더욱 간편해져
위내시경검사는 쉽고 간단하게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받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 원장은 "검사를 위해 관을 직접 환자의 장기로 삽입하기 때문에 구토나 불쾌감, 두려움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검사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며 "그러나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달돼 수면·무통 내시경검사를 통해 편안하게 검사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수면내시경은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을 줄이고 검사를 받을 때 불쾌한 기억을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수면내시경은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수면작용과 기억상실 증상을 유도한 뒤 검사를 하는 것이다. 검사를 받으면서도 의사의 지시에는 응할 수 있을 만큼의 의식이 있지만 검사가 끝나면 잠을 자고 난 뒤처럼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직장의 정기건강검진을 통해 위내시경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대장내시경검사는 선택 사항이다 보니 보통 위내시경검사자의 25% 정도만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다. 대장암의 경우 상당히 진전돼야 자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 건강한 사람은 내시경검사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낀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항문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기피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위암의 경우 소화불량 등 사전 징후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장암은 자각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치료하기 힘든 단계인 경우가 많다"며 "건강 상태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어르신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검진을 한다고 하면 큰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가의 장비로 검사해야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내시경검사와 같은 대중화된 검진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정한 가까운 검진병원을 이용하면 편리한 시간에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공단이 지정한 검진병원을 이용할 경우 건강보험이 지급되지 않는 검사는 종합병원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