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아름다운 글

능소화 편지 / 이향아

나-야 2010. 7. 29. 10:29

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 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 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